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 현장의 인공지능(AI) 도입 방향을 담은 결의문을 7월 23일 채택했다. 핵심은 AI를 인력 감축이나 구조조정의 도구가 아니라 미디어 노동과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아야 하며,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제13대 중앙집행위원회는 '미디어 노동의 가치와 신뢰,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AI 도입'을 의결하며 이 결의문을 확정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보도·시사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AI 활용 실태와 저널리즘 원칙·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 토론회와 내부 간담회를 통해 점검해 왔으며, 이번 결의문을 그 첫 결과물로 내놨다.
노조는 AI 확산이 업계 전반에서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그 영향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다고 진단했다. 미디어 산업에서 AI 전환의 허용 범위, 지켜야 할 저널리즘 가치, 노동권 축소 문제의 해법 등을 놓고 숙의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 없이 이른바 'AI 대세론'에 휩쓸려 확산에만 몰두하면 오히려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과 사회적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AI에 대한 통제와 인간의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인간 능력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이어야 하고, 그 사용 사실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저널리즘 원칙과 미디어 윤리가 훼손되지 않는지 상시 점검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노사 간 상시 대화 채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내부 준칙이 없다면 함께 마련하고 이미 있다면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하며, 도입 속도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결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조합원 인식 조사와 AI 활용 저널리즘 준칙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산하 전 조직에서 올바른 AI 도입을 위한 토론과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미디어 기업과 종사자 모두에게 절제와 참여, 연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제13대 17차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문]
미디어 노동의 가치와 신뢰,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AI 도입이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도입의 물결이 전 사회, 전 산업 분야에 휘몰아치고 있다. 미디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 방송, 출판 등 미디어 업계 전반에 걸쳐 AI 확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회사의 분야와 규모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AI 도입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TF를 두고, 각 업무 영역의 AI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가는 회사들은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각종 AI 서비스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AI 도입 확대가 미디어 기업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AI 도입 확대가 미디어 산업,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종국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 산업 발전의 핵심 토대인 사회적 신뢰와 미디어 윤리, 종사자들의 창의성과 주체적 능력을 AI는 과연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 미디어 산업에서 AI 전환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AI 시대 저널리즘이 변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AI로 인한 노동권 축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숙의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과정 없이 ‘AI 대세론’에 편승해 너도나도 AI 확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오히려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허물고,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AI 확산으로 인한 미디어 산업 내 논란과 부작용은 계속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재연 영상이나 사진 등이 실제 상황을 오인케 하며 ‘저널리즘 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고, AI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들이나 거짓 문서들이 사실인 양 보도되면서 언론의 검증 능력과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AI를 통한 기사 번역 오류나 기술적 흠결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일들도 벌어지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보도나 제작 과정에서의 AI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 산업 역시 AI를 이용한 창작물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AI의 확산이 미디어 산업 내 약한 고리인 프리랜서나 계약직 등 비정규 직군들의 일자리부터 줄여가고 있는 현실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AI가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 높이고, 미디어 종사자들의 창의성과 주체적 능력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업무 효율화란 미명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AI 도입 확대에 반대한다. AI 도입 확대는 노사간 충분한 토론과 숙의 하에 검토돼야 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해선 안 되며, AI에 대한 통제와 인간의 책임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AI 사용은 미디어 독자와 시청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미디어 윤리를 훼손하지 않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니라 미디어 노동과 콘텐츠의 질을 제고할 수단으로서 AI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
미디어 노동 현장을 AI 도입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AI의 능력은 분명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선돼야 할 것은 사람이고, 필요한 것은 미디어 사업장 내부의 치열한 토론과 고민이다. AI를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노사간 상시적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내부 준칙이 없다면 함께 만들어야 하고, 이미 존재한다면 계속해서 가다듬어야 한다. AI 진화 속도에 발맞춰야 한다며, 급급하게 쫓아만 가서는 안 된다. AI 확대를 실적으로 삼고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속도 낼 일이 결코 아니다.
유일한 미디어 산별 노조인 언론노조는 미디어 노동의 핵심 가치들을 지키고 확장하는 형태의 AI 도입과 활용을 위해,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현실적 대안과 원칙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언론노조 산하 전 조직에서 올바른 AI 도입을 위한 토론과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다. 미디어 기업은 물론 미디어 종사자들에게도 절제와 숙고, 참여와 연대를 요청한다.
2026년 7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제13대 중앙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