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곽아람 기자가 자신이 겪은 7년간의 스토킹 피해와 6년에 걸친 소송 과정을 기록한 르포 '탁월한 피해자'를 펴냈다.

저자는 200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미술경영협동과정 박사과정 수료 후 뉴욕대 IFA(The Institute of Fine Arts) 방문 연구원을 지냈다. '나의 다정한 AI' '나의 뉴욕 수업' '쓰는 직업' '공부의 위로' '미술 출장'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회사 업무로 진행한 기사와 팟캐스트를 계기로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의 스토킹 표적이 됐다. 2021년 6월 피해를 인지하고 그해 11월 가해자를 처음 고소한 이래, 현재까지 여섯 번째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다. "내가 피해자이니 국가가 나를 지켜주리라 믿었다"는 확신과 달리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게 그가 마주한 현실이었다.
'탁월한 피해자'라는 역설
책 제목은 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에서 쓰는 '자원이 많은 피해자(resourceful victim)'라는 표현에서 왔다. 고등교육을 받았고 법적 지식도 있으며, 법조인 지인도 많고 유명 언론사 기자라는 직업까지 가진 저자조차 피해자로 살아가기가 이토록 힘들다면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겠는가. 이 물음이 기록의 출발점이 됐다.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가해자는 형기 초반 감옥에서도 편지 등으로 스토킹을 이어갔고, 이를 제지할 시스템이 없어 저자는 1년 5개월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
책이 겨냥하는 것은 한 명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배제하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다. 저자는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전제에 가로막히면서도, 정작 자신의 피해는 끊임없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모순과 마주한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이는 피해자"라는 뼈아픈 진실이었다.
법정에서 "피해자답게" 울어야 유리하다는 조언, 탄원서를 피고인과 공유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침묵하는 법원, 그리고 몇 시간의 항의에도 요지부동이던 태도가 '기자 곽아람'의 전화 한 통에 달라지는 장면들이 담담하게 기록된다.
기록이 곧 연대
저자는 이 책을 2026년 5월 재판을 앞두고 법원과 검찰에 '국가의 실패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입증할 참고서류'로 제출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고통과 시스템의 문제를 책으로 엮어 사법기관에 제출했다는 점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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