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어긋나면서 또다시 '출구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장, 경남지사 등 핵심 승부처에서 당선자 예측이 뒤집혔고, 초접전이던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도 모두 빗나갔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충격적인 곳은 서울이다. 출구조사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51.4%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46.0%)를 5.4%p 앞서 오차범위 밖 승리를 거둘 것으로 봤다. JTBC 예측조사는 격차를 10%p 이상으로 더 크게 잡았다. 그러나 개표율 99.54% 기준 오 후보가 49.15%, 정 후보가 48.13%로 약 1%p 차의 오 후보 역전 당선으로 마감됐다.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다. 출구조사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의 8.6%p 압승을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약 51.5%를 얻어 2.6%p 차로 이겼다. 출구조사 대비 박 후보는 약 5.6%p 높게, 김 후보는 그만큼 낮게 나온 셈이다. 보궐선거인 경기 평택을(조국 우세 예측→유의동 당선)과 부산 북갑(하정우 우세 예측→한동훈 당선)도 모두 예측에 실패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과 제도적 한계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는 원인은 사전투표다. 공직선거법상 출구조사는 투표 비밀 보장을 위해 본투표 당일에만 실시할 수 있다. 사전투표자의 표심은 전화 여론조사 등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전투표 유권자의 성향이 본투표 유권자와 다를 경우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엔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추정이 한층 어려워졌다. 본투표 당일 표본만으로는 전체 민심의 4분의 1 가까이를 직접 관측하지 못한 셈이다.
'샤이 보수'와 응답 편향
두 번째는 응답 성향이다. 투표 성향을 밝히기 꺼리는 이른바 '샤이 보수' 또는 '샤이 진보' 유권자가 응답을 거부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답하면서 오차를 키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샤이 보수나 정통 보수는 대체로 고령층이 많아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어서 표본 문제로 오차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보수 후보들이 출구조사보다 일제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점이 이 분석과 맞닿는다.
계통추출 방식의 약점
세 번째는 조사 기법 자체의 한계다. 이번 출구조사는 투표소 출구로 나오는 매 5번째 투표자를 등간격으로 뽑는 계통추출(Systematic Sampling) 방식을 적용했다. 조사원의 선발 편향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지만, 무응답이나 거짓 응답이 나오면 기계적으로 뽑은 표본에 오류가 생기기 쉽다. 특히 정치 성향이 비슷한 가족이나 집단이 한꺼번에 투표소를 나와 주기성을 띠면 표본의 대표성이 훼손될 수 있다.
반복되는 실패와 혁신 과제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범야권의 200석 안팎 압승을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8개 선거구에서 출구조사 1위와 실제 당선자가 뒤바뀌었다. 당선자만 맞히는 것을 넘어 득표율 정밀도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경기지사는 추미애 후보의 당선은 맞혔으나 예상 득표율(60.4%)이 실제(55.0%)보다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고, 전북지사 예측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는 여야 구도뿐 아니라 세부 지역별 투표 성향까지 제각각인 데다 유권자 표심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 표본 선정부터 보정 방법까지 조사 기법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가 상수가 된 시대에 본투표 당일 출구조사만으로 민심을 읽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사전투표 보정 모델의 정교화와 조사원 교육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출구조사 실패는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