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합병 조건부 승인

2026-07-24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부채를 포함해 약 1,100억~1,11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이 초대형 미디어 합병이 주요 규제 관문 하나를 넘어선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12개 주 정부와 노동조합의 소송으로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최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U 승인 조건: 유니버설과의 유럽 배급 합작사에서 손 뗀다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22일 EU 합병규정 제6조 1항 b호에 따라 파라마운트의 WBD 전액 현금 인수(주당 31달러)를 조건부 승인했다. 승인의 핵심은 파라마운트가 유럽에서 유니버설과 함께 운영해온 영화 배급 합작사 UIP(United International Pictures)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UIP는 파라마운트가 1981년부터 유니버설과 운영해온 배급 합작사로, 집행위는 여기에 워너브라더스 영화까지 편입되면 파라마운트가 유럽 극장 사업자들에 대해 과도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고 봤다. 집행위는 이 경우 극장 사업자에게 더 불리한 임대·배급 조건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건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구조적 조치로, 파라마운트는 합병 완료 후 13개월 이내에 유럽경제지역(EEA) 내 UIP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둘째는 행위 조치로, 향후 10년간 파라마운트는 유니버설과 EEA에서 영화를 공동 배급하는 어떠한 계약도 직간접적으로 체결할 수 없으며, 워너나 자사 영화의 배급을 유니버설이나 디즈니 영화도 취급하는 배급사로 옮기는 것도 제한된다. 집행위는 이 약속들이 합병 법인의 영화가 유니버설이나 디즈니 영화와 함께 배급되지 않도록 보장함으로써 경쟁 우려를 완전히 해소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시장 경쟁 상황도 검토해 디즈니, NBC유니버설, 소니, 아마존 MGM 스튜디오, A24, 라이온스게이트 등 충분한 경쟁 스튜디오가 EEA에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럽 극장 단체 UNIC은 이번 조건이 UIP 영역 밖의 배급 구조나 상영 기간, 영화 다양성, 백카탈로그 접근성 등의 위험은 다루지 않아 "더 나아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美: 12개 주 소송에 연방법원이 14일간 합병 중단 명령

미국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7월 20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파라마운트에 합병 종결을 금지하는 임시제한명령(TRO)을 발령했다. 이는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 이끄는 12개 주 법무장관 연합이 1,100억 달러 규모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TRO는 14일간 효력을 가지며, 판사는 8월 3일 예비적 금지명령 심리를 잡았다.

주정부들은 이 합병이 광역 개봉 극장 배급, 최고 흥행 극장 배급, 기본 케이블 라이선싱 등 세 개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켜 클레이턴 반독점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거래가 미국 5대 영화 배급사 중 두 곳을 합쳐 나머지 4개 배급사가 미국 광역 개봉 영화의 85% 이상을 지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연방 차원의 판단과 주정부의 대립이다. 미국 법무부(DOJ) 반독점국은 이미 6월에 연방 차원의 우려가 없다며 합병을 승인했으나, 주정부들이 이에 맞서 독자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작가조합(WGA)이 조합원 임금·일자리 축소를 이유로 별도 반독점 소송과 금지명령을 신청했고, 소비자 단체도 파라마운트+와 HBO맥스 통합의 피해를 이유로 소송을 냈다(다만 소비자 측 금지 요청은 기각됐다).

합병 성사 가능성과 '지연 대가'라는 시한폭탄

법원은 8월 3일 예비적 금지명령 심리를 연다. 이 명령이 인용되면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이 무기한 동결될 수 있으며, TRO는 최장 28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시간은 파라마운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합병이 지연되면 파라마운트가 워너 주주들에게 '지연 대가(ticking fee)'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 조건에 따라 9월 30일 이후 90일이 지날 때마다 파라마운트의 주당 31달러 제안가는 25센트씩 오르며, 이는 90일당 약 6억 5,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일할로는 약 700만 달러 수준이다. 다만 이 지연 대가는 거래가 최종 성사될 경우에만 지급되며, 규제 승인을 얻지 못해 거래가 무산될 경우에는 별도로 파라마운트가 워너에 70억 달러의 거래 파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파라마운트는 강경 대응 방침이다. 파라마운트 측 변호인 제프리 케슬러는 예비적 금지명령이 나오면 항소해 연방대법원까지 다툴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분쟁이 수개월 길어져 합병 완료가 2027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 파라마운트는 EU 승인을 지렛대 삼아 "유럽 집행위의 결론이 주 법무장관 소송의 핵심 전제들을 직접 반박한다"고 주장했고, 65개 관할권이 이미 합병을 승인하거나 정리했다며 9월 말 완료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미디어 업계 변화

합병이 성사되면 두 개의 영화 스튜디오, 두 개의 스트리밍 플랫폼(파라마운트+와 HBO맥스), 그리고 CBS·CNN 등 뉴스 조직이 데이비드 엘리슨 회장 산하의 단일 기업으로 통합된다. 엘리슨은 오라클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다.

파라마운트는 이 결합이 경쟁을 저해하기는커녕 업계를 지배해온 기술 플랫폼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어 오히려 경쟁을 강화하고, 콘텐츠 투자를 늘리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힌다고 강조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정반대 우려를 제기한다. 본타 장관은 이 합병이 영화·TV의 가격 상승, 품질 저하, 콘텐츠 감소로 이어져 극장·케이블 사업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작자 측면에서 WGA는 이 합병이 조합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혀 일자리와 소득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딜은 파라마운트 지배 가족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두 개의 주요 뉴스룸이 이 가족의 통제 아래 놓인다는 점에서 헐리우드 밖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합병은 EU를 비롯한 대다수 글로벌 관할권의 관문은 통과했지만, 미국 국내 반독점 소송전이라는 최대 고비를 넘어야 실제 완성될 수 있다. 8월 3일 예정된 예비적 금지명령 심리가 향후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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