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뭘 보고 정보를 얻으라는 거지?" 얼굴은 블러 처리되고, 간판은 지워지고, 마이크 로고까지 흐릿하다.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조치겠거니 넘기기엔, 가려진 화면이 너무 많다.
신봉승 KBS 기자와 이권열 MBN 기자, 그리고 박재영 고려대 교수가《신문과방송》2026년 8월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방송의 모자이크 관행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오히려 언론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지를 짚은 내용이다. 방송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물론, 기업·기관의 홍보(PR) 실무자에게도 시사점이 많은 주제라 정리해 본다.

숫자로 보는 한국 방송의 모자이크
먼저 규모부터가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화여대 연구팀이 《한국방송학보》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건·사고 뉴스에서 화면 흐림 처리가 적용된 비율은 53.2%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놓고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BBC의 다섯 배, NHK의 서른세 배다. 국내 방송사별로는 MBN이 40.1%로 가장 높고, 지상파 평균(25.7%)과 종편 평균(33.7%) 사이에도 뚜렷한 격차가 있다. 무엇을 가렸는지 보면 인물 전체(28.3%), 특정 시설·장소(22.9%), 사물·신체 일부(21.8%) 순이고, 가린 이유로는 '관련 인물·장소 보호'가 61.3%로 압도적이다.
숫자만 보면 한국 방송이 취재원의 인격권 보호에 유독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별 사례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호'가 아니라 '습관'이 된 가리기
기사가 든 사례들이 흥미롭다.
러시아를 방문한 이란 외무장관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정작 자사 마이크의 방송사 로고를 흐리게 처리한 경우. 법인 로고는 초상권 주체도 아닌데, 최초 보도 출처를 스스로 가려버린 셈이다.
이미 시청자 누구나 신원을 아는 인물의 얼굴을, 한쪽 눈만 모자이크해 '처리했다'는 기록만 남긴 경우.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의 얼굴·복장·장비까지 가리거나, 날씨 인터뷰 배경의 건물 간판까지 지우는 경우.
특히 간판·브랜드를 지우는 관행에는 오해가 깔려 있다. "간접광고(PPL) 제재를 받을까 봐" 선제적으로 가린다는 것인데, 방송법 시행령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에는 간접광고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돈을 받고 노출한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간접광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제작자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일단 가리고' 본다.
왜 자꾸 가릴까: 뉴스룸의 구조
기사는 이 현상을 게으름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리는 쪽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구조적 요인을 지적한다.
첫째, 비대칭적 페널티. "너무 많이 보여줬다"는 이유로는 언론중재위 제소나 법적 분쟁이 잦지만, "너무 많이 가렸다"는 이유로 제재받는 일은 없다. 리스크가 한쪽에만 있으니 편집 판단이 자연히 가리는 쪽으로 기운다. 편집권이 저널리즘적 판단에서 법무적 논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둘째, 기술 발달. 과거엔 모자이크가 번거로운 작업이라 그 번거로움 자체가 '가려야 하나'를 고민하게 하는 1차 관문 역할을 했다. 이제는 클릭 몇 번, AI 자동 도구로 처리되면서 고민이 사라졌다.
셋째, 취재·편집의 분리. 현장 맥락을 모르는 편집자는 "취재기자가 판단했겠지" 하며 화면만 보고 가리고, 취재기자는 "편집에서 처리하겠지" 하며 판단을 미룬다. 분업 과정에서 저널리즘적 판단은 사라지고 관행만 남는다.
많이 가릴수록 줄어드는 신뢰
역설적이게도 과도한 모자이크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인지심리학의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 개념이 이를 설명한다. 뇌는 선명하게 처리되는 이미지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흐릿한 이미지를 볼 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수고로움이 불쾌감과 불신으로 번진다. 게다가 흐림 처리된 부분은 주변과의 해상도 불일치 때문에 오히려 시선을 그쪽으로 끌어당긴다. 가리려다 더 주목시키는 역설이다.
BBC 편집 정책이 익명화를 두고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이상적이지 않다(not ideal)"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면 블러나 음성 변조가 콘텐츠의 시청각적 품질까지 떨어뜨린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처음엔 가려진 화면이 불완전함의 신호를 주지만, 반복되면 시청자는 "어차피 뉴스는 다 가린다"는 체념으로 반응하게 된다.
'왜 가리는가'라는 질문의 복원
기사가 제시하는 해법은 "덜 가리자"가 아니다. 성폭력·아동 피해자, 신변 위협을 받는 내부 고발자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할 익명화와, 편의적·형식적 익명화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BBC식의 사례 중심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여기에 편집 시스템이 '모자이크 처리 이유'를 체크하도록 설계하고, 취재·촬영·편집 담당자가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며, 주기적인 실무 교육을 병행하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