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뉴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대본 작성, 진행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AI 리포터 '아이온(Aion)'을 개발해 아침 뉴스에 투입했다. 방송가에 AI 앵커나 기상 캐스터가 등장한 사례는 있었지만, 사람의 대본을 대신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 공정 전반을 AI가 담당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신문과방송 최신호에 실린 김기중 TV조선 뉴스퍼레이드 PD의 제작기에 따르면, '아이온'이라는 이름은 인공지능(AI)과 '항상 켜져 있다'는 뜻의 'On'을 결합한 것으로, 24시간 꺼지지 않는 뉴스 감각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두 갈래로 출발한 '아이온 프로젝트'
프로젝트는 두 축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화면에 등장하는 AI 리포터의 아바타 구현으로, 표정과 입 모양 등 시각적 완성도를 위해 립싱크 AI 솔루션을 활용했다. 더 무게가 실린 두 번째 축은 AI를 활용한 취재·제작 자동화 시스템이다. 예쁜 얼굴로 원고를 읽는 존재를 넘어, 뉴스룸에서 실제로 일하는 구성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제작진은 오픈AI와 딥시크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성격과 역할이 다른 세 개의 AI 에이전트를 구성했다. '뉴봇', '아일린', '제니'로 불리는 이들은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아이템을 판단하고, 근거를 붙여 의견을 내며, 사람의 개입 없이 회의를 이어간다.
대표 코너인 '3대 AI 증시 전망'에서는 세 AI가 각각 내놓은 시장 전망을 아이온이 비교해 전한다. 같은 시장을 놓고도 모델별로 판단의 결이 다르다는 점을 시청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보다 제작 설계가 관건"
기본 시스템의 윤곽을 잡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렸다. 제작진은 이를 자체 개발 역량이 특출났기 때문이라기보다 AI 기술이 그만큼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방송사가 직접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능이 여러 서비스와 모델, 에이전트 조합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핵심은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어떤 순서로 AI에 맡기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판단을 넣을지 설계하는 제작 감각이었다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가장 까다로웠던 과제는 기술 자체보다 AI의 결과물을 '방송 가능한 문장'으로 다듬는 일이었다. AI가 만든 문장은 유려하지만 방송에는 길고, 출처가 흐릿하며, 시청자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제작진은 짧고 쉽게, 추상어보다 동사로 쓰도록 매일 피드백을 주며 조정했고, AI는 이를 빠르게 흡수했다고 밝혔다.
"유려한 오류가 더 위험…최종 책임은 사람"
제작진은 잘하는 AI일수록 틀렸을 때 더 위험하다는 점을 경계했다. 맞는 정보와 틀린 정보 사이를 매끄러운 문장으로 연결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데스크는 문장 교정자가 아니라 방송 책임의 최종 방파제 역할을 맡는다.
현재 아이온 코너에는 사람이 개입해 사실관계와 표현의 적정성, 투자 조언으로 오인될 소지 등을 점검한다. 아이템 발제와 자료 검색, 대본 초안, 그래픽 문구, 영상 구성안까지 상당 부분을 AI가 처리하지만, 최종 확인은 사람이 맡는다는 원칙이다. 제작진은 AI 생성물이 방송에 사용될 경우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정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확인한다는 내부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김 PD는 사람의 역할이 정보를 찾는 사람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초안을 쓰는 사람에서 기준을 세우는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가 가져온 후보 중 방송할 하나를 고르는 감각, 매끄러운 문장 속 위험한 빈틈을 발견하는 눈, AI가 먼저 묻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