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SNS로 뉴스 보는 사람들, 언론을 덜 믿어서가 아니었다

2026-10-23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다. 여러 앱과 채널을 옮겨 다니며 조각난 형태로 볼 뿐이다. 이렇게 흩어져 뉴스를 보는 사람일수록 기사 원문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숙명여대 학생 4명으로 이뤄진 '미니탯' 팀(김소진·김소현·문지홍·정세빈)은 '언론 통계 분석·활용 경진대회'에서 이 연구로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 후기는 언론 전문지 '신문과방송' 블로그에 실렸다.

뉴스 소비 생태계 지도/출처: 신문과 방송

'뉴스 유목민'이란

연구팀이 말하는 '뉴스 유목민'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포털, 유튜브, 메신저, SNS, 숏폼 등 여러 채널을 옮겨 다니며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다. 유목민이 초원을 떠돌듯 뉴스를 찾아 이 채널 저 채널을 오간다는 뜻을 담았다.

이들이 보는 뉴스는 대개 언론사가 만든 원래 기사가 아니다. 누군가 짧게 자른 영상, 카드뉴스, 메신저로 전달된 요약본처럼 원문에서 몇 단계 떨어진 형태다. 이렇게 되면 이 내용이 어느 언론사가 언제 보도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사실 여부를 따져볼 기준인 원문과도 멀어진다. 연구팀은 이 점이 문제라고 봤다.

뉴스를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서' 보는지 측정

기존 통계는 "TV로 뉴스 보는 사람 몇 %, 포털로 보는 사람 몇 %"처럼 채널별 숫자만 알려준다. 한 사람이 TV만 보는지, 여러 채널을 다 오가는지는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이 빈틈을 메우려고 한 사람이 얼마나 '유목민'에 가까운지를 점수로 매기는 '뉴스 유목민 지수'를 만들었다. 2025년 언론수용자 조사 응답자 6000명이 종이신문, TV, 포털, 유튜브, SNS, 숏폼, 생성형 AI 등 11개 채널을 일주일에 며칠씩 쓰는지 분석해 두 가지를 쟀다. 첫째는 뉴스를 몇 개 채널에 얼마나 고르게 나눠 보는지, 둘째는 언론사가 직접 만든 기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형태로 뉴스를 접하는지다. 언론사 기사 원본, 포털이 모아 보여주는 기사, 누군가 짧게 잘라 다시 올린 콘텐츠 순으로 원문과 멀어진다고 봤다.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을수록, 원문에서 멀어질수록 점수가 높다.

연구팀은 이 지수가 단순히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점수가 높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점수를 결정하는 것은 뉴스를 보는 양이 아니라 이용하는 채널의 개수였다.

뉴스 소비자는 다섯 부류

분석 결과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다섯 유형으로 나뉘었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보면 TV로만 보는 '전통형'이 2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거의 모든 채널을 두루 쓰는 '전방위형' 26.8%, 신문·방송과 포털을 함께 쓰는 '병행형' 25.6%, 숏폼·SNS 위주의 '디지털 유목민형' 7.0%, 포털 하나에만 의존하는 '포털형' 6.8% 순이었다. 뉴스를 아예 보지 않는 사람은 5.0%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병행형과 포털형의 지수가 거의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딴판이었다. 병행형은 평균 52세 정도로 신문·방송을 거의 매일 보는 반면, 포털형은 평균 38세 정도로 신문·방송을 사실상 보지 않았다. 점수 하나로만 줄 세우면 이런 차이를 놓친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팀은 두 기준을 가로·세로축으로 놓은 '뉴스 소비 지도'를 함께 만들었다.

불신보다 '접점'이 문제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을 떠나는 이유로 흔히 언론 불신이 꼽힌다. 연구팀이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디지털 유목민형의 언론 신뢰도는 3.36점으로, TV 전통형(3.46점)과 0.1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차이는 뉴스를 접하는 경로에 있었다. 디지털 유목민형은 신문·방송을 일주일에 하루도 채 보지 않는 대신, 짧게 잘린 콘텐츠는 매일같이 접했다. 언론을 못 믿어서 원문을 피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원문과 마주칠 일이 아예 없어진 셈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언론을 믿어 달라"고 호소하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쓰는 숏폼이나 SNS 안에 원문으로 바로 넘어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디지털 유목민형과, 같은 뉴스를 여러 채널에서 겹쳐 보는 전방위형을 우선 대상으로 꼽았다.

개인 진단과 언론사 전략을 잇는 서비스

연구팀은 이 분석을 서비스 아이디어로도 발전시켰다. 이름은 '뉴스나침반'이다. 개인에게는 "당신은 이런 유형의 뉴스 소비자"라고 알려주는 진단 서비스를, 언론사에는 "이 유형 독자에게는 이런 형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라"는 배포 전략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언론사가 숏폼 위주 독자를 겨냥한 기사를 넣으면 짧은 영상 대본을 추천해 주고, 영상을 본 사람이 '원문 보기'를 눌러 기사로 들어오면 그 반응이 다시 추천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 해 조사만 분석한 것인 만큼,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변화를 추적하고 서비스도 실제로 만들어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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