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50건 이상. 한 미국 PR 플랫폼 업체가 2025년 전 세계 기자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기자의 절반이 일주일에 받는 피칭 메일 수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10건, 평일 기준으로는 출근하자마자 받은 편지함에 쌓여 있는 숫자다. 그리고 이 중 대다수는 기자의 취재 분야와 전혀 맞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PR 업계에 들어온 이후, 보도자료와 피칭 초안 작성 속도는 극적으로 빨라졌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도구로 같은 속도로 글을 찍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의 받은 편지함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포화 상태가 되고 있다.

같은 품질의 피칭이 10배 많아진 시대
PRSA(미국PR협회)가 정리한 미디어 관계 모범 사례에 따르면, 기자가 받는 피칭 중 응답률은 3.27%에 불과하다. 76%의 기자는 자신의 취재 분야와 맞지 않는 피칭을 보낸 PR 담당자를 차단한다고 답했다. 부정확한 정보를 보낸 경우에는 62%가 차단한다. 더 주목할 숫자는 앞서 언급한 3,000명 규모의 글로벌 기자 설문에서 나온다. 기자의 86%가 자신의 비트(beat)와 맞지 않는 피칭을 즉시 거절한다는 것이다. 비트란 기자가 담당하는 고정 취재 영역을 말한다. 같은 "IT부 기자"여도 한 명은 반도체·클라우드 같은 B2B 테크를, 다른 한 명은 소비자 앱·게임을 비트로 삼는다. 직함은 같지만 비트는 전혀 다르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빠르게 많이 보내는 전략은 이제 역효과를 낸다. AI로 속도를 얻은 PR팀일수록 차단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자는 무관련 피칭 한 건에 한 번 차단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차단당하면, 그 브랜드의 다음 스토리도 묻힌다.
피칭 경쟁자는 다른 PR팀이 아니다
2025년 이후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지점은, 기자가 경쟁하는 대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이제 다른 기자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진행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같은 독자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 영상 하나가 주요 신문사 웹사이트 전체 트래픽보다 많은 조회수를 얻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기자 본인도 이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즉, 기자는 자기 기사의 고유성에 훨씬 더 민감해졌다. 똑같은 보도자료, 똑같은 앵글, 똑같은 문장 구조로 10개 매체가 같은 기사를 쓰는 상황을 기자 본인이 가장 싫어한다. 이것이 왜 PR 담당자에게 중요한가. 기자가 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낸 자료"가 아니라 "나에게만 맞는 앵글"이기 때문이다. 단순 제품 사양 나열은 AI가 가장 잘 쓴다. 그래서 가장 쉽게 버려진다.
팁 1: 기자 리스트를 '직함'이 아니라 '최근 기사'로 만들어라
스타트업 투자 유치 홍보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PR 담당자는 "스타트업 담당 기자"를 검색해서 리스트를 만든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다. 기자가 작성한 최근 3~6개월 기사의 주제, 인용한 소스의 특성, 다룬 투자 단계(시드·시리즈A·시리즈B)까지 봐야 한다. 같은 "IT부 기자"여도 한 명은 대기업 인수합병만 다루고, 다른 한 명은 예비 창업자 인터뷰만 쓴다. 이 차이는 직함이 아니라 기사에서만 드러난다.
이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면 한 명당 30분이 걸린다. 기자 50명이면 25시간이다. 미디어비의 미디어 데이터베이스가 제공하는 '뉴스 키워드 기반 기자 역추적' 기능이 유효해지는 지점이 여기다. "시리즈A 투자"라는 키워드로 최근 기사를 쓴 기자를 역으로 찾아 리스트에 넣으면, 직함 기반 검색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실제 관심 기자를 발견할 수 있다. 20개 이상의 필터로 전문 분야, 매체 지수, 포털 제휴 여부를 추가로 좁히면 50명의 일반 리스트가 12명의 진짜 타겟으로 줄어든다.
팁 2: 리스트를 '만들지 말고' 업데이트되는 구조로 설계하라
업계 통념은 한결같다. 3개월 전 기자 리스트는 이미 부정확하다. 기자의 이직률은 높고, 취재 분야 변경은 더 잦다. 신제품 출시 3개월 전에 만든 기자 리스트는 출시 당일이 되면 상당 비율이 유효하지 않다. 이메일이 반송되면 그날의 피칭은 끝난다.
해결책은 리스트를 수시로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리스트가 스스로 업데이트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비에서 검색 조건을 저장해두고, 그 조건에 맞는 시 신규 기자가 미디어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될 때 자동으로 리스트가 만들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담당분야 변경, 인사이동, 이메일 변경이 빠르게 반영되는 환경에서만 리스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팁 3: 피칭 전에 '데이터'를 선물로 준비하라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자 설문에서 나온 또 다른 숫자를 보자. 기자의 55%가 PR로부터 받고 싶은 것으로 원본 조사(original research)를 꼽았고, 57%가 독점 콘텐츠(exclusive)를 원한다고 답했다. 프레스 릴리즈(72%)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이들이 AI로 쉽게 복제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할 때 "얼마를 받았다"만 보내면 단신 한 줄이다. 하지만 업계 내 해당 분야 투자 규모 변화, 경쟁사 대비 성장률, 창업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고객 패턴을 함께 주면 기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 기사를 쓴다. 기자가 원하는 것은 보도자료가 아니라 기삿거리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관계 데이터'다
생성형 AI는 글 쓰는 속도를 평준화시킨다. 하지만 평준화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각 기자와 우리 브랜드 사이에 쌓인 고유한 관계 데이터다. 누가 언제 우리 자료를 받았고, 무엇에 반응했고, 어떤 앵글에서 기사를 썼는지. 이 기록이 다음 피칭의 적중률을 결정한다. PR 실무자는 이제 보도자료를 빨리 쓰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 데이터를 가장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가 만든 피칭이 쏟아지는 시대, 차별화는 결국 '누구에게 보내는가'에서 갈린다.
참고문헌
Public Relations Society of America. (2024). Media Relations Best Practices: Building Journalist Relationships. PRSA Jobs Career Resou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