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보도자료를 열어볼지 말지는 제목 한 줄에서 결정된다. 본문이 아무리 충실해도 제목이 밋밋하면 메일함에서 그대로 묻힌다. 반대로 제목 하나로 기자의 손이 멈추면, 그 보도자료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제목 짓기는 감각이 아니라 기술이다. 좋은 제목에는 반복되는 원칙과 패턴이 있고, 피해야 할 함정도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그 원리를 실제 예시와 함께 정리한다.

좋은 제목의 4가지 조건
1) 한눈에 '뉴스'가 보인다
기자는 제목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즉시 드러나야 한다.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독자가 알고 싶어 할 사실을 앞세워라.
나쁜 예: "○○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 선포"
좋은 예: "○○기업, 2027년까지 매출 3배 목표… 동남아 5개국 진출"
앞 제목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뒤 제목은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이 보인다.
2) 구체적인 숫자가 있다
숫자는 제목에 신뢰와 무게를 더한다. 모호한 형용사를 구체적인 수치로 바꾸는 것만으로 제목이 달라진다.
나쁜 예: "○○, 매출 크게 늘어"
좋은 예: "○○, 3분기 매출 전년 대비 42% 증가"
나쁜 예: "○○ 앱, 많은 사용자 확보"
좋은 예: "○○ 앱,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50만 돌파"
3) 핵심 키워드가 앞에 온다
검색과 가독성 모두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단어를 앞쪽에 배치한다. 기자가 제목을 끝까지 안 읽어도 핵심이 전달되어야 하고, 검색에서도 앞 단어의 가중치가 높다.
나쁜 예: "고객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가 선보이는 신규 서비스"
좋은 예: "○○, 상담 대기시간 90% 줄인 AI 챗봇 서비스 출시"
4) 적절한 길이를 지킨다
너무 길면 핵심이 묻히고, 너무 짧으면 정보가 부족하다. 한글 기준 30~45자 안팎이 적당하다. 부제목을 활용하면 주제목은 임팩트에 집중하고 세부 정보는 부제에 담을 수 있다.
주제목: ○○, 업계 최초 실시간 통역 기능 탑재
부제목: 12개 언어 지원… 화상회의 솔루션 '△△' 정식 출시
바로 쓰는 제목 공식
막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검증된 패턴이다.
주체 + 행동 + 차별점 — "○○, 국내 최초 탄소중립 인증 받은 데이터센터 가동"
주체 + 성과 숫자 + 의미 — "○○, 누적 다운로드 1,000만 돌파… 국민 앱 등극"
키워드 + 반전·궁금증 — "직원이 직접 뽑은 복지 1위는 '재택근무' 아니었다"
시의성 + 주체 + 행동 — "연말정산 시즌 앞두고 ○○, 절세 계산 무료 서비스 오픈"
이 공식들은 출발점일 뿐이다. 회사와 발표 성격에 맞게 변형하되, "주체-행동-차별점"이라는 뼈대는 유지하라.
피해야 할 제목 표현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그래서 곧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표현들이다.
과장된 형용사 — '혁신적', '획기적', '최고의', '꿈의' 같은 말은 근거 없는 자화자찬으로 읽힌다. 사실로 보여주고 평가는 독자에게 맡겨라.
모호한 추상어 — '비전', '도약', '새로운 패러다임', '미래를 선도' 같은 표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내부 시점의 표현 — "당사는", "자사 최초로" 같은 회사 중심 표현보다 객관적 사실 진술이 기사화에 유리하다.
물음표 남발 — "○○가 시장을 바꿀까?" 같은 의문형은 광고처럼 보여 신뢰를 떨어뜨린다. 단, 의미 있는 반전이 있다면 예외다.
과도한 수식 —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따뜻한 기술을 담은…" 같은 긴 수식은 핵심을 가린다.
전후 비교로 보는 제목 다듬기
실제로 제목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한 사례로 따라가 본다.
초안: "○○기업,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신규 솔루션 출시로 시장 공략 본격화"
'혁신적', '본격화'는 공허하고, 무엇을 출시했는지 알 수 없으며, 너무 길다.
1차 수정: "○○기업, 신규 물류 관리 솔루션 출시"
무엇을 했는지는 보이지만 평범하다. 왜 뉴스인지가 빠졌다.
최종: "○○, 배송 오류 80% 줄인 AI 물류 솔루션 출시"
구체적인 숫자(80%), 차별점(AI), 명확한 행동(출시)이 모두 담겼다. 기자가 "이건 기삿거리"라고 판단할 근거가 제목에 들어 있다.
같은 발표, 다른 제목: 매체별 변주
좋은 제목은 받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신제품 출시라도 매체 성격에 맞춰 강조점을 바꾸면 채택률이 올라간다.
핵심 사실은 같지만 기자와 독자가 관심 갖는 지점이 다르다. 그래서 제목 짓기는 결국 '누구에게 보내는가'와 떼어놓을 수 없다.
제목의 시작은 결국 타깃 이해
같은 보도자료라도 받는 기자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알면 제목을 그에 맞게 다듬을 수 있다. 경제부 기자에게는 시장 규모와 매출을, 산업·기술부 기자에게는 기술 차별점을, 생활·소비 담당 기자에게는 사용자 혜택을 앞세우는 식이다.
기자의 담당 분야와 최근 관심사를 데이터로 파악해두면 제목 한 줄을 그 사람에게 맞춰 조율할 수 있다. 이렇게 타깃에 맞춘 제목은 같은 발표를 두고도 훨씬 높은 주목을 받는다. 결국 좋은 제목은 글솜씨가 아니다. '받는 사람을 얼마나 아는가'에서 나온다.
제목은 보도자료에서 가장 적은 글자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부분이다. 본문을 다 쓴 뒤 제목에 다시 5분을 투자하라. 숫자를 넣고, 형용사를 빼고, 핵심을 앞으로 당기는 것만으로 채택률은 분명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