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등장은 홍보 직무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초안을 몇 분 만에 만들어 내고, 수천 건의 기사를 순식간에 분석하며, 기자의 관심사를 데이터로 예측하는 도구들이 실무에 들어왔습니다. "AI가 홍보 담당자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AI를 쓰는 홍보 담당자와 쓰지 않는 홍보 담당자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 것인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AI가 홍보 업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홍보 전문가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생성형 AI가 바꾼 것
인공지능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홍보 업계는 이전부터 기사 수집 자동화, 키워드 분석 같은 형태로 AI 기술을 써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2022년 말 이후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글을 쓰고 읽고 요약하는 일' 자체를 기계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홍보는 본질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직무입니다. 보도자료, 연설문, 위기 대응 메시지, 미디어 브리핑 자료, 기사 분석 보고서까지 홍보 담당자의 산출물 대부분이 텍스트입니다. 언어를 다루는 AI가 언어를 다루는 직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홍보 업계 조사들을 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홍보 실무자의 비율은 등장 몇 년 만에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고, 활용 여부가 아니라 활용 수준이 경쟁력을 가르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업무 영역
1. 보도자료와 홍보 콘텐츠 작성
가장 즉각적인 활용처입니다. 제품 정보, 인용문에 쓸 핵심 메시지, 배경 자료를 입력하면 AI가 역피라미드 구조를 갖춘 보도자료 초안을 만들어 줍니다. 제목 후보를 여러 개 뽑아 비교하거나, 같은 내용을 일간지용·전문지용·소셜미디어용으로 각각 변형하는 작업도 빠르게 처리합니다.
주의할 점은 AI가 잘하는 것은 초안과 변형이지 완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도자료의 생명인 뉴스 가치 판단, 즉 이 소식에서 기자가 물어뜯을 만한 앵글이 무엇인지, 어떤 사실을 리드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가 만든 매끈하지만 밋밋한 초안을 그대로 배포하면, 똑같이 매끈하고 밋밋한 수천 개의 AI 생성 자료 속에 묻히게 됩니다. AI로 초안 작성 시간을 줄이고, 절약한 시간을 앵글 개발과 팩트 보강에 쓰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미디어비 AI 어시스턴트는 홍보·마케팅 실무에 최적화된 97개의 전문 AI 도구를 제공합니다. 보도자료부터 이메일, 기사, SNS 콘텐츠까지 필요한 순간, 원하는 결과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2. 미디어 모니터링과 분석
AI의 효용이 가장 확실한 영역입니다. 사람이 하루에 읽을 수 있는 기사는 한계가 있지만, AI는 수만 건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논조를 분류하고, 핵심 이슈를 요약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합니다.
미디어비(MediaBee)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대기업만 감당할 수 있던 수준의 미디어 인텔리전스를 이제 중소기업 홍보팀도 SaaS 도구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미디어 리스트와 기자 매칭
보도자료를 어느 기자에게 보낼 것인가는 홍보의 오랜 난제입니다. AI는 기자들이 최근 어떤 주제의 기사를 썼는지 분석해, 이번 보도자료의 내용과 관심사가 맞는 기자를 찾아 줍니다. 무차별 대량 발송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표적 피칭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기자화 확률을 높일 뿐 아니라, 관심 없는 자료를 반복 수신하며 피로를 느껴 온 기자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4. 성과 측정과 보고
기사 건수 집계를 넘어, AI는 핵심 메시지가 기사에 반영된 비율, 매체 등급별 커버리지, 캠페인 전후의 논조 변화를 분석해 성과 보고서 초안까지 만들어 줍니다. 홍보 성과 측정의 국제 표준이 요구하는 정성 분석(논조, 메시지 분석)은 그동안 인력 부족으로 생략되기 일쑤였는데, AI가 이 간극을 메워 주고 있습니다.
5. 글로벌 홍보와 번역
해외 홍보의 진입 장벽이었던 언어 문제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AI 번역은 보도자료의 현지어 초안 작성, 해외 기사 모니터링, 외신 대응 준비에 널리 쓰입니다. 다만 보도자료 번역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현지 미디어 관행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하므로, 최종본은 현지 사정을 아는 사람의 검수를 거쳐야 합니다.
6.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
AI에게 기자 역할을 맡겨 예상 질의응답을 뽑아 보거나, 위기 시나리오별 반응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사과문 초안에 대해 "이 문장이 어떻게 비판받을 수 있는가"를 AI에게 공격적으로 검토시키는 레드팀 활용법도 유용합니다.
AI 활용의 위험과 주의점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홍보라는 직무의 특성상 다른 직무보다 더 조심해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홍보의 자산은 신뢰이고, AI의 실수는 신뢰를 직접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검색과 뉴스 소비의 변화: AI에게 읽히는 홍보
AI는 홍보의 도구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홍보가 도달해야 할 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검색엔진 대신 AI 챗봇에 질문하고, AI가 여러 출처를 종합해 답을 주는 방식으로 정보 소비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홍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AI는 답변을 생성할 때 언론 보도와 공신력 있는 온라인 문서를 근거로 삼습니다. 어떤 기업에 대해 AI가 무엇이라고 답하는지는 그 기업에 관해 축적된 기사와 공식 자료가 결정합니다. 꾸준한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보도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발자국을 온라인에 쌓아 온 기업은 AI 답변에서도 정확하고 우호적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공식 정보가 빈약한 기업은 AI가 부정확한 정보나 오래된 정보로 답하게 됩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에 이어, AI 답변에 자사 정보가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활동이 홍보의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화려한 기법이 아니라, 언론과 공식 채널을 통해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꾸준히 축적하는 홍보의 기본기입니다.
홍보 전문가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는가
AI가 대체하는 것은 홍보 전문가가 아니라 홍보 업무 중 기계적인 부분입니다. 초안 작성, 기사 수집, 요약, 집계 같은 작업의 시간이 극적으로 줄면서, 홍보 전문가의 가치는 다음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이에 따라 홍보 전문가가 갖춰야 할 역량 목록에도 새 항목이 추가됩니다.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 AI 도구를 업무 흐름에 결합하는 설계 능력, 데이터를 읽고 보고하는 능력, 그리고 AI 산출물의 오류를 잡아내는 비판적 검증 능력입니다. 역설적으로 마지막 역량의 토대는 좋은 글과 정확한 사실에 대한 전통적인 감식안입니다. AI를 잘 쓰기 위해서라도 홍보의 기본기는 더 단단해야 합니다.
맺음말
기술은 홍보의 도구를 바꿔 왔습니다. 팩스가 이메일이 되고, 신문 스크랩이 온라인 모니터링이 되었듯, 이제 생성형 AI가 홍보 실무의 표준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보의 본질, 즉 조직과 공중 사이에 신뢰를 만드는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AI가 글 쓰는 시간을 줄여 준 만큼 홍보 전문가는 전략을 고민하고 관계를 쌓고 진실을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AI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AI에 전부를 맡기는 사람도 아닌, AI를 부리면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홍보 전문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