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인터뷰 요청은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잘 준비된 인터뷰 한 번은 수천만 원짜리 광고보다 큰 신뢰를 만들어내지만, 준비 없이 나선 인터뷰 한 번은 몇 년간 쌓아온 평판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답변해야 하는지, 그리고 홍보 담당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인터뷰는 대화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기회다
인터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뷰를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질의응답 시험이 아닙니다. 기업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언론이라는 공신력 있는 채널을 통해 공중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회입니다.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이가 한 시간 동안 말해도 기사에 인용되는 것은 두세 문장입니다. 어떤 문장이 인용될지를 기자에게만 맡겨두면 안 됩니다. 인용될 문장을 미리 설계해서 들고 들어가는 것이 인터뷰 준비의 핵심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확인할 것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즉답하지 마십시오. 홍보 담당자는 수락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결과 부정적 기획 기사가 의심되더라도 무조건 거절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인터뷰를 거절하면 기사에는 "해당 회사는 답변을 거부했다"는 문장이 실리고, 회사의 입장이 빠진 채 상대방의 주장만 담긴 기사가 나갑니다. 리스크가 있는 인터뷰일수록 서면 답변 등 통제 가능한 형식을 제안하는 것이 거절보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메시지 하우스: 인터뷰 준비의 뼈대
인터뷰 준비의 표준 도구는 '메시지 하우스(message house)'입니다. 집 모양의 구조로 메시지를 설계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메시지는 세 개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열 가지를 말하면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습니다. 메시지 하우스가 완성되면 어떤 질문이 나와도 답변의 종착점은 이 세 가지 메시지 중 하나가 되도록 훈련합니다.
메시지 하우스 사례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이 '전기차 배터리 화재 안전 기술'로 언론 인터뷰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붕(핵심 메시지) —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한 문장입니다.
"우리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원천 차단해 전기차를 안심하고 탈 수 있게 만듭니다."
기자가 어떤 질문을 하든, 답변의 종착점은 결국 이 문장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기사 제목으로 뽑히기를 바라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기둥(뒷받침 메시지) — 이 주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받쳐주는 2~3개의 하위 메시지입니다.
기술이 검증됐다 — "국내외 안전 인증을 모두 통과한 유일한 기술이다."
시장이 인정했다 — "이미 글로벌 완성차 2곳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시의성이 있다 — "배터리 화재가 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인 지금 필요한 기술이다.
주춧돌(근거) — 각 기둥이 '주장'에 그치지 않도록 받치는 구체적 사실입니다.
기둥 1의 근거: 열폭주 시험 1,000회 무발화 데이터, UL·KC 인증 취득
기둥 2의 근거: 계약 규모 및 시점, 완성차 구매 담당 임원의 평가 코멘트
기둥 3의 근거: 연도별 전기차 화재 통계, 화재 우려로 구매를 망설인다는 소비자 조사 결과
이 구조가 인터뷰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기자가 "경쟁사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 중이지 않느냐"고 물으면, "여러 시도가 있지만 인증을 모두 통과한 것은 저희뿐입니다(기둥 1). 그래서 글로벌 완성차들이 저희를 선택했고요(기둥 2). 결국 화재 걱정 없는 전기차 시대를 여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지붕)"처럼 어떤 질문에서 출발해도 기둥을 거쳐 지붕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반대로 주춧돌 없이 지붕만 외치면 근거 없는 홍보성 발언이 되고, 주춧돌만 나열하면 데이터는 많은데 기사에 쓸 한 문장이 없는 인터뷰가 됩니다.
예상 질문지
메시지 하우스와 함께 준비할 것이 예상 질문지(Q&A 문서)입니다. 우호적 질문뿐 아니라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질문 10개를 뽑아 답변을 작성합니다. 실적 부진, 경쟁사와의 비교, 과거의 논란, 오너 리스크 등 껄끄러운 질문일수록 답변을 문장 단위로 다듬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모의 인터뷰(리허설)를 합니다. 홍보팀이 기자 역할을 맡아 공격적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녹화해서 함께 봅니다. 경영진일수록 리허설을 생략하려 하는데, 인터뷰 실패의 대부분은 리허설 생략에서 나옵니다.
답변의 기술: 브리징, 플래깅, 블로킹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가르치는 핵심 화법은 세 가지입니다.
이 밖에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오프더레코드의 함정
인터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녹음기가 꺼진 다음입니다. 홍보 실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취재의 세 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첫째, 오프더레코드는 말하기 전에 합의해야 성립합니다. 이미 말해놓고 "방금 건 오프더레코드로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기자에게 지켜줄 의무가 없는 일방적 요청입니다. 둘째, 합의했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오프더레코드는 기자 개인과의 신사협정일 뿐이며, 뉴스 가치가 충분히 크면 깨질 수 있고 실제로 깨진 사례가 국내외에 여러 번 있습니다. 셋째, 오프더레코드로 말한 내용은 취재의 단서가 됩니다. 그 기자가 직접 쓰지 않아도 다른 취재원에게 확인을 시도하고, 다른 취재원의 입을 통해 결국 기사화됩니다.
결론은 하나입니다. 기사화되면 곤란한 이야기는 기자 앞에서 아예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식사 자리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배웅하는 복도에서 나눈 잡담도 모두 취재입니다. 기자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 마이크가 켜져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실제로 방송 인터뷰에서는 마이크를 찬 채 대기하는 동안의 발언이 방송을 타서 문제가 된 사례가 정치권과 재계에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인터뷰 유형별 유의점
성공 사례: 준비된 메시지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사건(1982) 은 위기 인터뷰의 교과서로 꼽힙니다. 시카고에서 독극물이 주입된 타이레놀을 복용한 소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제임스 버크 회장은 언론을 피하지 않고 방송 인터뷰와 기자회견에 직접 나섰습니다. 메시지는 단 하나, "소비자 안전이 이익보다 우선한다"였습니다. 그는 모든 질문에 이 메시지로 답하며 전량 회수(약 1억 달러 규모) 결정을 직접 발표했고, 재발 방지책으로 만든 3중 밀봉 포장을 인터뷰마다 들어 보였습니다. 사건 직후 폭락했던 시장점유율은 1년 만에 회복됐고, 이 사례는 '최고경영자가 준비된 단일 메시지로 언론 앞에 서는 것'이 최고의 위기 대응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젯블루 항공 발묶임 사태(2007) 도 자주 인용됩니다. 폭설로 승객 수천 명이 기내에 장시간 갇히는 사태가 벌어지자, 데이비드 닐먼 CEO는 방송 인터뷰를 도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변명 대신 "우리가 잘못했다"는 사과, 그리고 '고객 권리장전 제정과 보상'이라는 구체적 해결책을 모든 인터뷰에서 반복했습니다. 사과(공감) + 해결책(행동)이라는 두 개의 메시지 기둥을 일관되게 유지한 것이 여론 반전의 열쇠였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섰고, 메시지를 한두 개로 압축했으며, 어떤 질문에도 같은 메시지로 돌아갔고, 말이 아닌 행동(리콜, 보상 제도)을 메시지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실패 사례: 준비되지 않은 한마디의 대가
BP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2010) 는 인터뷰 실언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줍니다.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가 진행 중이던 시점, 토니 헤이워드 CEO는 기자들 앞에서 "이 사고로 나만큼 사태가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나도 내 삶을 되찾고 싶다(I'd like my life back)"고 말했습니다. 11명이 사망한 사고 앞에서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 이 한마디는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이 됐고, 그는 결국 사임했습니다. 피해자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도 인용되는 순간 치명적이라는 것, 그리고 지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말하게 두지 말고 메시지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례의 교훈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 승객 강제 하기 사건(2017) 은 첫 메시지의 실패 사례입니다. 승객이 기내에서 폭력적으로 끌려 나가는 영상이 확산된 직후, 오스카 무뇨스 CEO의 첫 공식 메시지는 "승객을 재배치(re-accommodate)해야 했던 점을 사과한다"는 것이었고, 내부 직원에게는 승무원 대응을 옹호하는 메일을 보낸 사실까지 보도됐습니다. 영상이라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 완곡어법과 책임 회피성 표현을 쓴 초기 대응은 불에 기름을 부었고, 회사는 결국 전면 사과로 입장을 바꿔야 했습니다. 위기 초기 인터뷰와 성명의 첫 문장은 방어 논리가 아니라 공감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오너나 경영진이 사건 직후 준비 없이 취재진 앞에 서서 한 즉흥 발언, 사과 기자회견에서 나온 성의 없는 태도나 부적절한 단어 하나가 사건 자체보다 더 큰 2차 위기를 만든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실패 사례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입니다. 리허설 없이 카메라 앞에 섰고, 공감보다 회사의 방어 논리를 앞세웠으며, 통제되지 않은 즉흥 발언이 헤드라인이 됐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할 일
인터뷰 종료가 대응의 끝이 아닙니다.
맺음말
미디어 인터뷰 대응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입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이 경영진에게 정기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시키는 이유입니다. 평시에 메시지 하우스를 만들고 모의 인터뷰로 훈련해 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기자의 전화가 걸려오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납니다. 인터뷰는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준비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