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언론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방법

2026-08-31

인터뷰는 기자가 요청해야만 성사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먼저 언론에 인터뷰를 제안해 성사시키는 것은 홍보 담당자의 중요한 역량입니다. 보도자료가 '뉴스를 배포하는 것'이라면, 인터뷰 제안은 '뉴스가 될 이야기를 파는 것'입니다. 어떤 준비를 거쳐 어떻게 제안해야 기자가 응하는지 소개합니다.

왜 기업이 먼저 인터뷰를 제안하는가

경영진 인터뷰 기사는 보도자료 기사보다 분량이 길고, 깊이가 있으며, 독자의 신뢰도가 높습니다. 신제품 출시나 투자 유치 같은 소식은 보도자료로 알릴 수 있지만, 창업 스토리, 경영 철학, 시장을 보는 관점, 사업의 비전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서만 온전히 전달됩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이나 B2B 기업에게 CEO 인터뷰 기사 한 편은 회사의 존재를 시장에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기자에게 인터뷰 제안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요청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성사율을 높이려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기자가 쓰고 싶은 기사'를 제안해야 합니다.

1단계: 인터뷰 거리(뉴스 가치)를 먼저 만든다

기자는 회사를 홍보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사를 쓰는 사람입니다. "우리 대표님 인터뷰 한번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삿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제안하기 전에 뉴스 가치가 있는 '고리(hook)'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 시의성: 업계의 큰 이슈, 새 규제, 사회적 관심사와 우리 회사를 연결합니다. AI 규제가 화두일 때 AI 기업 CEO의 관점은 기삿거리가 됩니다.
  • 최초·최고·유일: 업계 최초의 성과, 최대 규모의 계약, 국내 유일의 기술은 그 자체로 인터뷰의 명분이 됩니다.
  • 계기: 창립 기념, 대규모 투자 유치, 신사업 진출, 해외 진출 같은 변곡점은 자연스러운 인터뷰 시점입니다.
  • 데이터와 관점: 자체 조사 데이터, 업계 통계, 시장에 대한 반론적 관점은 기자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재료입니다.

2단계: 맞는 기자를 찾는다

인터뷰 제안의 성패는 '누구에게 보내느냐'에서 절반이 결정됩니다. 산업부 기자에게 라이프스타일 인터뷰를, 유통 담당 기자에게 반도체 CEO 인터뷰를 제안하면 읽히지도 않습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출입처와 담당 분야: 그 기자가 우리 업종을 담당하는지 확인합니다.
  • 최근 기사 이력: 최근 3~6개월간 어떤 주제의 기사를 썼는지,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기자인지 봅니다. 인터뷰 코너나 인물 기획을 연재 중인 기자라면 성사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 논조와 관심사: 그 기자가 어떤 관점으로 업계를 다루는지 파악하면, 제안서의 각도를 기자의 관심사에 맞출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작업을 기사를 일일이 검색해가며 수작업으로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PR 인텔리전스 도구를 활용하면 훨씬 정교해집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비(MediaBee)를 이용하면 특정 키워드나 업종의 기사를 어떤 기자가 얼마나 자주 쓰는지, 각 기자가 최근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있고 어떤 성향으로 다루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주제를 활발히 다루는 기자를 추려내고, 그 기자의 최근 기사 흐름을 파악한 뒤 접촉하면, 무작위로 제안서를 뿌리는 것보다 성사율이 크게 높아집니다. 기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기사를 읽고 관심사를 이해한 제안은 스팸이 아니라 취재 제보로 받아들입니다.

3단계: 피치 메일을 쓴다

인터뷰 제안은 이메일로 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전화나 문자로 불쑥 제안하면 마감에 쫓기는 기자에게 부담만 줍니다. 피치 메일(pitch mail)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목: 기사 제목처럼 씁니다. "인터뷰 요청드립니다"가 아니라 "국내 최초 배터리 화재 차단 기술 개발한 ○○ 대표 인터뷰 제안"처럼 뉴스 가치가 제목에 드러나야 합니다.
  • 첫 문단: 왜 지금, 왜 이 기자에게 제안하는지를 밝힙니다. "기자님의 지난달 전기차 화재 기획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관심 가지실 만한 인터뷰이를 제안드립니다"처럼 기자의 기사를 인용하면 읽힐 확률이 올라갑니다.
  • 본문: 인터뷰이가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3~5개의 예상 논점을 제시합니다. 회사 자랑이 아니라 '이 사람을 인터뷰하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는 그림을 그려줘야 합니다.
  • 뒷받침 자료: 회사 소개, 인터뷰이 약력, 관련 데이터, 고화질 사진을 첨부하거나 링크로 제공합니다.
  • 실무 정보: 인터뷰 가능 시기와 형식(대면·화상·서면), 홍보 담당자 연락처를 명시합니다.

분량은 스크롤 없이 읽히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독점(단독) 제안인지, 여러 매체에 동시 제안하는 것인지도 밝히는 것이 신뢰를 지키는 길입니다. 같은 인터뷰를 여러 기자에게 '단독'이라고 제안했다가 들통나면 그 기자들과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4단계: 후속 관리

피치 메일에 회신이 없다고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는 하루 수백 통의 메일을 받습니다. 2~3일 후 짧은 리마인드 메일이나 전화로 한 번 후속 확인을 하되, 그 이상 재촉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성사되지 않아도 "다음에 관련 기획하실 때 연락 주십시오"라고 문을 열어두면, 기자가 인터뷰이를 급히 찾을 때 먼저 연락이 옵니다.
인터뷰가 성사되면 기업은 '요청받은 인터뷰'와 똑같이 준비합니다. 메시지 하우스를 만들고, 예상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리허설을 합니다. 우리가 제안한 인터뷰라고 해서 우호적인 질문만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에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기사를 회사 홈페이지 뉴스룸과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확산시킵니다. 어떤 기자에게 무엇을 제안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기록해 두면, 이 데이터가 쌓여 회사의 미디어 관계 자산이 됩니다.

맺음말

인터뷰 제안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입니다. 기자의 기사를 꾸준히 읽고, 그 기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료를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홍보 담당자는 기자에게 '홍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믿을 만한 취재원'이 됩니다. 데이터로 기자를 이해하고, 뉴스 가치로 제안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 인터뷰 성사율을 높이는 왕도는 이 세 가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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